
8개월의 침묵을 깨고 돌아온 ‘바람의 손자’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의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그는 단순한 부활을 넘어 더욱 강력한 타자로 진화하고 있다. 시범경기 단 2경기 만에 홈런포를 가동하며 건재함을 과시한 이정후, 그 뒤에는 ‘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절망을 딛고 일궈낸 놀라운 적응력이 숨겨져 있었다.
2025년 2월 25일(한국시간),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는 여느 해와 다름없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열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더그아웃에는 유독 뜨거운 시선이 한 선수에게 쏠려 있었다. 바로 ‘바람의 손자’ 이정후였다.
지난해 5월,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던 이정후는 8개월이라는 긴 재활 기간을 거쳐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그는 뛰어난 컨택 능력과 센스 있는 플레이로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갑작스러운 부상은 그의 활약을 멈추게 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재활 기간 동안 끊임없이 훈련하며 몸을 만들었고,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5년 시범경기를 통해 그는 자신의 건재함을 전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다.
9개월 만의 복귀, 첫 경기부터 안타…그리고 벼락같은 홈런
이정후의 복귀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시범경기 첫 경기, 그는 첫 타석에서부터 안타를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팬들은 그의 복귀를 열렬히 환영했고, 이정후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다음 경기에서 더욱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2월 25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시범경기. 이정후는 1회말 2사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콜로라도의 특급 유망주 체이스 돌랜더. 2023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지명된 돌랜더는 최고 99마일의 강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였다.
이정후는 돌랜더의 초구 97마일 직구를 침착하게 지켜봤다. 그리고 2구째, 또다시 97마일 직구가 들어오자 주저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타구는 쭉 뻗어 나가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으로 연결되었다. 순간,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8개월 만에 터진 이정후의 홈런포는 팬들뿐만 아니라 팀 동료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이 안 보인다’던 이정후, 2경기 만에 변화구 타이밍 포착
홈런을 친 후, 이정후는 “일단 직구가 좀 빠른 투수니까. 변화구도 앞에 선수들이 삼진 먹는 거 보고, 변화구도 좋아 보여서 빠른 카운트에 직구를 쳐야겠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정후는 돌랜더의 빠른 공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고, 그것이 적중했다.
하지만 이정후의 놀라운 점은 단순히 홈런을 쳤다는 사실만이 아니었다. 그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공이 안 보인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던 선수였다. 특히 변화구에 대한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진행된 라이브 배팅 훈련에서 이정후는 연신 헛스윙을 했다. 훈련 후 그는 “공이 안 보인다. 직구와 변화구의 터널링 구간이 구분이 안 된다”며 솔직하게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랜 기간 실전을 치르지 못했던 탓에, 공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정후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타격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끊임없이 스윙 연습을 했고, 변화구에 대한 감각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불과 2경기 만에, 그는 변화구 타이밍을 잡기 시작했다.
볼넷으로 만루 찬스 연결, 변화구에 대한 ‘눈’ 뜨다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이정후는 홈런뿐만 아니라 볼넷을 얻어내며 만루 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3회 1사 1, 2루 상황에서 그는 우완 투수 태너 고든을 상대로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냈다.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 존을 살짝 벗어나는 변화구 2개를 연속으로 볼로 골라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전 같았으면 유인구에 속아 헛스윙을 했을 법한 공이었지만, 이정후는 침착하게 공을 골라내며 볼넷을 얻어냈다.
5회에는 우완 투수 지미 허겟을 상대로 풀카운트 접전 끝에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됐지만, 마지막 타석에서의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그는 마지막 타석에서 변화구에 제대로 된 스윙을 했다. 결과는 뜬공이었지만, 이정후는 “오랜만에 변화구에 좀 정확한 타이밍으로 스윙했던 것 같다. 빗맞긴 했어도 그걸 수확으로 둬도 될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정후의 말처럼, 그의 변화구 대처 능력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이전에는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거나, 타이밍이 제대로 맞지 않아 범타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변화구에 대한 감각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변화구에 내 스윙을 했다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이정후는 점점 더 감이 올라온다고 묻는 질문에 “(변화구에) 내 스윙을 했다는 것은 좀 좋은 것 같다”며 웃으며 답했다.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그는 더 이상 변화구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자신의 스윙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밥 멜빈 감독 역시 이정후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오늘은 타격이 훨씬 편안해 보였다. 이전 경기에서는 헛스윙을 한 공(변화구)을 잘 지켜보며 유리한 카운트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멜빈 감독의 말처럼, 이정후는 변화구를 구분하는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한 부활이 아닌 진화…더욱 강력해진 이정후를 기대하다
이정후의 부활은 단순한 복귀가 아닌 진화였다. 그는 부상에서 돌아와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타자로 거듭나고 있었다. 변화구에 대한 대처 능력이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타석에서의 침착함과 집중력 또한 높아졌다.
이정후는 뛰어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는 앞으로 더욱 성장하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중심 타선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팬들은 이정후의 활약에 열광하고 있다. 그들은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이기를 기대하며, 그의 모든 경기를 응원할 것이다. 이정후 역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이정후의 진화는 이제 시작이다. 그의 눈은 이미 변화구를 향해 뜨여졌고, 그의 방망이는 더욱 강력한 스윙을 준비하고 있다. 2025년, 이정후는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굴 것이다.